
암 치료 후 생기는 외모 변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치료는 다 끝났는데, 거울 속 얼굴이 제 얼굴이 아닌 것 같아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입니다. 항암도 방사선도 끝났고 수치도 안정됐는데, 피부가 건조하고 칙칙해지고, 손톱에 줄이 가고, 머리숱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병은 지나갔는데 몸이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긴 것입니다.
이 편에서는 그 흔적이 왜 생기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 편으로 미루겠습니다. 원인을 알면, 지금 겪는 변화가 어디까지가 지나갈 일이고 어디부터가 오래 갈 일인지 가늠이 서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 경과가 다릅니다
피부·모발·손발톱의 변화는 원인에 따라 시기와 회복이 크게 갈립니다. 같은 "피부가 나빠졌다"도 항암 때문인지, 방사선 때문인지, 지금 먹고 있는 호르몬제 때문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항암 — 서서히 돌아오는 변화
항암제는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노립니다. 암세포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빠르게 자라는 것이 암세포만은 아닙니다. 머리카락을 만드는 세포, 손발톱을 밀어 올리는 세포, 피부 표면을 갈아 끼우는 세포가 모두 그 부류입니다. 항암 중에 머리가 빠지고 손발톱이 상하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표적을 향한 공격에 이웃이 함께 맞은 것입니다.
모발. 항암으로 인한 탈모는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나는 머리카락이 곱슬거나 색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대개 원래에 가까워집니다.
손발톱. 파클리탁셀 같은 탁센 계열 항암제는 손발톱에 흔적을 잘 남깁니다. 가로줄(보우선), 색 변화, 심하면 손톱이 들뜨는 조갑박리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알아두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손톱은 하루에 약 0.1밀리미터, 한 달에 3밀리미터쯤 자라서 완전히 새로 나기까지 넉 달에서 여섯 달이 걸립니다. 발톱은 더 느려서 열두 달에서 열여덟 달이 걸립니다. 지금 손톱에 보이는 줄은 몇 달 전 항암을 받던 시기의 기록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 줄은 손끝으로 밀려 나가 잘려 나갑니다. 상한 손톱이 낫는 것이 아니라, 새 손톱이 밀고 올라오는 것입니다.
피부. 항암 중의 건조함과 예민함도 치료가 끝나며 서서히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암으로 인한 많은 변화는 치료 종료 후 서서히 회복되지만, 약제와 개인에 따라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 — 치료 자리에 남는 변화
방사선 치료는 항암과 다릅니다. 온몸이 아니라 치료 부위에 작용하고, 그 자리에는 오래 가는 변화를 남길 수 있습니다.
치료 직후의 붉어짐과 화끈거림은 급성 반응이라 대개 몇 주면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만성 변화가 따로 있습니다. 쬔 부위의 색이 짙어지는 색소침착, 피부가 얇아지는 위축, 실핏줄이 비쳐 보이는 모세혈관확장, 그리고 피부밑이 단단해지는 섬유화입니다. 유방암으로 유방·흉벽에 방사선을 받으신 분, 부인암으로 골반에 방사선을 받으신 분에서 정도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앞서 말한 항암의 흔적과 성격이 다릅니다. 새 세포가 밀고 올라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 조직 자체가 바뀐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오래 남습니다. 다만 정도는 사람마다, 치료 범위와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호르몬치료 — 약을 먹는 동안 계속되는 변화
여기가 유방암·부인암 생존자에게 가장 길게 남고, 그러면서도 가장 설명이 부족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방암 중 상당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아 성장합니다. 그래서 치료가 끝난 뒤에도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막거나 줄이는 약을 몇 년에 걸쳐 복용합니다. 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라고 부르는 약들입니다.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이고, 효과가 분명한 치료입니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은 원래 피부에서 여러 일을 합니다. 수분을 붙들고, 탄력을 만드는 콜라겐을 지키고, 모발의 주기에도 관여합니다. 그 작용을 약으로 줄이면, 그만큼의 변화가 피부와 모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폐경 이후 나타나는 변화와 비슷한 양상으로 피부 건조나 탄력 저하, 모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모발입니다. 이 탈모는 항암 탈모와 다릅니다. 뭉텅이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정수리와 가르마 쪽이 서서히 성글어지는 형태로 옵니다. 남성형·여성형 탈모와 닮은 모양입니다.
한 설문 연구에서는 내분비요법을 받는 유방암 생존자의 약 4분의 1이 모발 빠짐이나 가늘어짐을 겪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이 탈모의 모양이 남성형·여성형 탈모와 비슷하며 대부분 경한 정도임을 보였습니다. 다만 빈도를 정밀하게 잰 연구는 많지 않아, 숫자 자체보다는 "드물지 않다"는 사실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맞습니다.
건조함과 탄력 저하도 함께 옵니다. 이쪽은 탈모만큼 이야기되지 않지만, "얼굴이 푸석해지고 나이 든 것 같다"는 느낌의 실제 배경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시점입니다. 항암은 끝나면 회복이 시작되지만, 호르몬치료는 약을 먹는 5년, 길게는 10년 내내 이어집니다. 그러니 이건 "치료 후유증"이라기보다, 생존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긴 조건에 가깝습니다.
기억해 둘 것
- 피부·모발·손발톱의 변화는 원인(항암·방사선·호르몬치료)에 따라 시기와 회복이 다릅니다
- 항암이 남긴 변화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지만, 약제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손톱의 줄은 몇 달 전의 기록이며, 새 손톱이 밀고 올라오면 지워집니다
- 방사선이 쬔 부위의 색소·섬유화 변화는 일부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 호르몬치료로 인한 변화는 약을 먹는 동안 이어지므로, 후유증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입니다
거울 속의 달라진 얼굴을 치료가 남긴 손상으로만 보면, 속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변화의 상당 부분은 이미 알려져 있고, 원인이 밝혀져 있고, 관리할 방법이 있는 것들입니다. 치료 이전으로 억지로 돌아가려 하기보다, 치료를 지나온 지금의 몸을 이해하고 앞으로 더 잘 돌보는 것. 저희는 이것을 웰에이징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음 편에서는 오늘 짚은 다섯 가지 변화 — 건조, 색소, 탄력, 모발, 손발톱을 실제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값비싼 시술이 아니라, 오늘부터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들 위주입니다.
궁금한 증상이 있으시면 진료 때 말씀해 주세요.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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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llicchio L, Calhoun C, Helzlsouer KJ. Aromatase inhibitor therapy and hair loss among breast cancer survivors. Breast Cancer Res Treat. 2013;142(2):435-443 — 유방암 생존자 851명 분석, 내분비요법 환자의 약 25%가 탈모·모발 가늘어짐 보고.
- Robert C, Sibaud V, Mateus C, et al. Nail toxicities induced by systemic anticancer treatments. Lancet Oncol. 2015;16(4):e181-e189 — 탁센 계열 손발톱 독성(보우선·색소변화·조갑박리).
- Mittal S, Khunger N, Kataria SP. Nail Changes With Chemotherapeutic Agents and Targeted Therapies. Indian Dermatol Online J. 2022;13(1):13-22 — 손톱 하루 0.1mm(월 3mm)·완전 재생 4~6개월, 발톱 12~18개월.
- Hymes SR, Strom EA, Fife C. Radiation dermatitis: clinical presentation, pathophysiology, and treatment 2006. J Am Acad Dermatol. 2006;54(1):28-46 — 만성 방사선 피부염은 치료 몇 개월~수년 뒤 색소침착·위축·모세혈관확장·피하섬유화로 나타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