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요법, 암 치료 후 약과 검사가 계속될 때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부인암 치료에서 가장 설명이 부족한 대목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수술이 끝났습니다. 항암도 끝났습니다. 그런데 약을 몇 년 더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몇 달마다 피를 뽑아 수치를 봅니다.
끝난 것인지 아직 치료 중인 것인지 헷갈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편은 주로 난소암으로 치료받으신 분께 해당합니다.
유지요법이라는 이름의 치료
항암치료로 암이 줄어들거나 가라앉은 뒤, 그 상태를 되도록 오래 지키려고 이어가는 치료를 유지요법이라고 합니다. 약을 먹거나, 환자에 따라 주사로 맞는 치료가 쓰이기도 합니다.
암의 종류와 병기, 항암치료에 얼마나 잘 반응했는지,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를 함께 놓고 정합니다. 같은 병으로 같은 시기에 치료받을 때, 방법과 약이 다르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약은 암세포의 약한 고리를 노립니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상한 유전자를 스스로 고치는 장치가 여럿 있는데, BRCA(브라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수리 능력이 부실합니다. 약은 남아 있는 수리 통로마저 막아서 암세포가 버티기 어렵게 만듭니다.
국내에서도 이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다만 어떤 약을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쓸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갈립니다. 정확한 것은 담당 의료진께 확인하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처음 몇 달을 잘 넘어가기
약을 시작하고 나면 처음 두 달이 가장 힘듭니다. 그 고비를 넘기면 대체로 자리를 잡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입니다. 피곤하고, 입맛이 없고, 변비가 오기도 합니다.
몸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 변화도 있습니다. 빈혈이 오거나 백혈구와 혈소판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같은 계열이라도 약마다 잘 나타나는 것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약은 빈혈 쪽이, 어떤 약은 혈소판 쪽이 잦고, 혈압을 함께 살피는 약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 피검사를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시기의 불편 대부분이 약을 끊지 않고도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미리 약을 쓰고, 먹는 시간을 바꾸고, 필요하면 잠시 용량을 낮추는 것으로 대개 다스려집니다. 다만 피검사 수치가 오래 회복되지 않을 때는 좀 더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혼자 판단해서 끊기보다 먼저 알리시는 편이 낫습니다. 참다가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아쉬운 선택입니다.
수치 하나에 매달리지 않기
혈액에서 재는 CA-125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치료 경과를 볼 때 함께 확인하는 표지자이고, 재발할 때 증상보다 먼저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그 숫자만 봅니다. 몇 달을 그 숫자 하나를 생각하며 지냈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여기서 알아두실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2010년에 발표된 영국과 유럽의 공동 임상시험입니다.
치료를 마치고 안정된 분들 가운데 이 수치가 뚜렷하게 오른 분들을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한쪽은 수치가 오른 그 시점에 바로 치료를 시작했고, 다른 한쪽은 몸에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두 그룹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찍 시작한 쪽은 항암치료를 더 오래 받으면서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관찰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시행된 지 시간이 꽤 지났고, 요즘 쓰는 유지요법이 나오기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히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수치가 조금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치료가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영상검사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함께 놓고 정합니다.
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대체로 이 수치를 계속 확인합니다. 그러니 이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검사를 그만두시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음 검사까지 남은 몇 주를 그 숫자 하나에 붙들려 보내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암에서는 무엇을 보나
난소암이 아닌 분들을 위해 덧붙입니다. 자궁내막암과 자궁경부암에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쫓아가는 혈액 수치가 따로 없습니다.
대신 진찰과 문진이 추적의 중심입니다. 자궁경부암은 세포검사가 함께 들어가고, 영상검사는 증상이 있거나 필요한 소견이 있을 때 시행합니다. NCCN 지침도 치료 후 오랫동안 정기 영상검사를 계속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검사가 적다는 것이 관리가 허술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인암마다 재발이 드러나는 방식이 달라서 보는 방법도 다른 것입니다.
기억해 둘 것
- 유지요법은 재발을 늦추기 위한 치료이며, 먹는 약 말고 주사도 있음
- 힘든 시기는 대개 처음 두 달
- 구역질과 피로는 대개 약을 끊지 않고 넘어감
- 스스로 중단하지 말고 먼저 알릴 것
- 수치 하나만으로 치료 시작이 결정되지 않음
숫자를 세는 시간과, 사는 시간
치료가 끝났는데도 약과 검사가 이어지는 것은 아직 병이 남아서가 아닙니다. 다시 자라날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입니다.
그 시간을 수치를 세면서만 보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검사와 검사 사이에도 계절이 지나가고, 만날 사람이 있고, 하고 싶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이 사실은 삶의 대부분입니다.
저희가 함께 관리하려는 것은 수치만이 아니라, 그 수치 사이에 놓인 일상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 뒤에 갑자기 찾아오는 폐경을 다룹니다.
자연폐경은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옵니다. 양쪽 난소를 절제하면 그 몇 년을 며칠 만에 건너뛰게 됩니다. 얼굴이 예고 없이 달아오르고 밤중에 땀으로 젖어 깨는 날이 이어지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호르몬요법이 암 환자에게 일괄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암이었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려서, 병리 결과를 놓고 담당의와 정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뼈는 아무 느낌 없이 약해지기 때문에, 골밀도를 한 번 확인해두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어, 가지고 계실 수 있는 불안을 낮춰보고자 합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Rustin GJS, van der Burg MEL, Griffin CL, et al. Early versus delayed treatment of relapsed ovarian cancer (MRC OV05/EORTC 55955): a randomised trial. Lancet. 2010;376(9747):1155-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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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 치료 후 추적관찰과 영상검사의 적응.
- González-Martín A, Pothuri B, Vergote I, et al. Niraparib first-line maintenance therapy in patients with newly diagnosed advanced ovarian cancer: final overall survival results from the PRIMA/ENGOT-OV26/GOG-3012 trial. Ann Oncol. 2024;35(11):981-992.
- Managing Adverse Effects Associated With Poly(ADP-ribose) Polymerase Inhibitors in Ovarian Cancer. ASCO Educational Book. 2023.
- Safety assessments and clinical features of PARP inhibitors from real-world data of Japanese patients with ovarian cancer. Sci Rep. 2024;14:128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