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호르몬제 부작용 Q&A, 이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수술도 항암도 버텼는데 이 작은 알약이 제일 힘드네요."
항호르몬제를 몇 달째 드시는 분들께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하루 한 알, 몇 주 간격 주사 하나로 가벼워 보이지만 얼굴이 달아오르고 관절이 뻐근하고 밤마다 땀에 젖어 깨는 날이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번 편은 타목시펜, 아로마타제 억제제, 졸라덱스를 드시며 흔히 겪는 변화와 대처법입니다. 대부분은 위험한 증상이 아니고 다스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병원에 알려야 하는 신호는 3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Q1. 얼굴이 화끈거리고 밤마다 땀에 젖어 깨요
타목시펜과 아로마타제 억제제 모두에서 흔한 부작용입니다. 에스트로겐 신호가 막히거나 줄면 뇌에서 체온을 맞추는 기준이 흔들립니다. 갑자기 열이 오르고 땀이 났다가 곧 서늘해지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기도 합니다. 졸라덱스 같은 난소기능억제 주사를 함께 맞으면 더 심하게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처음 몇 달이 가장 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뎌집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유방암 환자에게는 일반적인 여성호르몬 치료를 쓰지 않습니다. 대신 호르몬이 아닌 방법이 있습니다. 북미폐경학회는 2023년 권고문에서 일부 항우울제 계열 약(SSRI, SNRI), 가바펜틴, 옥시부티닌 같은 약과 인지행동치료, 임상 최면요법을 근거 있는 방법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항우울제 계열 중 파록세틴과 플루옥세틴은 타목시펜과 함께 쓰지 않도록 권고됩니다. 1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타목시펜은 간의 CYP2D6 효소를 거쳐야 제대로 작용하는데 이 두 약이 그 효소를 강하게 막습니다. 실제로 타목시펜과 파록세틴을 오래 같이 먹은 여성에서 유방암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같은 계열에도 이 효소에 영향이 적은 약이 있으니 처방받을 때 타목시펜을 먹고 있다고 꼭 말씀하세요.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이 효소와 관련이 없어 이런 제한이 없습니다.)
밤에 자주 깨는 날이 쌓이면 낮에 피곤하고 기분과 집중력도 흔들립니다. 참을 만한가보다 잠을 자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상담을 받으세요.
Q2. 관절이 뻐근하고 손이 뻣뻣해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드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겪는 불편입니다. 손가락·손목·무릎처럼 작은 관절이 뻐근하고,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뻣뻣한 느낌이 심합니다. 많게는 절반 정도의 환자가 겪는다고 보고될 만큼 흔합니다.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관절 주변 조직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근거가 분명한 대처법입니다. 걷기나 가벼운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통증이 줄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운동이 당장은 아플까 봐 피하게 되지만 오히려 뻣뻣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필요하면 소염진통제를 쓸 수 있고,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통증이 심해 일상이나 복용 자체가 힘들 정도라면 참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같은 아로마타제 억제제 계열이라도 약을 바꾸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고, 필요하면 타목시펜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Q3. 생리가 불규칙해졌어요. 계속 나와도 괜찮은가요?
(타목시펜을 드시는 분) 괜찮습니다. 타목시펜은 난소를 멈추는 약이 아니어서 폐경 전이라면 복용 중에도 생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기가 들쭉날쭉해지거나 양이 바뀌기도 하고 몇 달씩 끊기기도 합니다.
생리가 나오든 끊기든 임신은 될 수 있습니다. 타목시펜은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으니 복용하는 동안과 약을 끊고 2개월까지는 구리 루프나 콘돔처럼 호르몬이 없는 방법으로 피임하셔야 합니다. 먹는 피임약은 쓰지 않습니다.
생리가 끊겼다고 폐경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나중에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약을 바꿀 때 이 차이가 중요해서 혈액검사를 여러 번 반복해 폐경 여부를 확인합니다. (졸라덱스를 함께 맞고 계신 분) 주사를 맞는 동안은 생리가 멈추는 것이 정상이며, 이것은 난소 기능이 일시적으로 억제된 것으로 영구적인 폐경과는 다릅니다.
평소와 다른 출혈이 반복되거나 피 섞인 분비물이 계속 나오면 생리려니 넘기지 말고 산부인과에 가 보세요. 3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Q4. 질이 건조하고 분비물이 늘었어요
타목시펜을 드시면 둘 다 생길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과 질에서는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서 맑은 분비물이 느는 분이 있습니다. 반대로 졸라덱스를 함께 맞거나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드시면서 에스트로겐이 크게 줄면 질이 마르고 따끔거리며 성관계 때 아프기도 합니다. 진료실에서 먼저 꺼내기 어려워 혼자 참는 분이 많은 증상입니다.
건조하다면 호르몬이 없는 질 보습제와 윤활제부터 씁니다. 보습제는 불편할 때만 바르지 말고 주 2~3회 정해 놓고 꾸준히 바르세요.
보습제로 낫지 않으면 저용량 질정 에스트로겐을 쓸 수 있습니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타목시펜을 먹는 중에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드시거나 졸라덱스를 함께 맞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지니 담당 의료진과 꼭 상의하세요.
분비물이 늘어난 것만으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냄새가 나거나 가렵거나 피가 섞여 나오면 진료를 받으세요.
Q5. 우울하고 기분이 오락가락해요
항호르몬제를 먹고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약 자체가 우울증을 일으키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립니다. 유방암 예방 목적으로 타목시펜을 먹은 건강한 여성 1만여 명을 위약과 비교한 연구에서는 우울 점수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느끼는 변화가 착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홍조로 깨는 밤, 갑자기 찾아온 폐경 같은 변화, 관절통으로 줄어든 활동, 재발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 기분은 충분히 흔들립니다.
잠부터 챙겨 보세요. 홍조 때문에 깨는 것이라면 Q1의 방법이 기분에도 도움이 됩니다. 가벼운 걷기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습니다.
2주 넘게 기분이 가라앉아 일상이 힘들다면 그 자체로 치료가 필요합니다. 혼자 버티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우울증 약이 필요하다면 지금 드시는 항호르몬제와 함께 먹어도 되는 약으로 고르면 됩니다.
Q6. 살이 쪘어요. 약 때문인가요?
연구 결과만 보면 약이 직접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예방 연구에서 타목시펜 복용군과 위약군의 체중 증가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의 체중은 실제로 늘어 있습니다. 항암 뒤 떨어진 체력, 줄어든 활동량, 폐경 같은 변화로 달라진 대사, 관절통이나 홍조로 줄어든 움직임과 깨는 밤이 몇 년 동안 쌓이면 살은 찝니다.
체중이 늘었다고 약을 끊을 이유는 없습니다. 걸음 수와 식사 시간, 잠드는 시간부터 하나씩 짚어 보세요. 과체중인 상태에서 타목시펜을 먹으면 지방간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어서 체중 관리는 간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Q7. 졸라덱스 주사 부위가 아프고 멍이 들어요
주사를 맞은 자리가 며칠 동안 뻐근하거나 멍이 드는 것은 흔한 반응입니다. 보통 며칠 안에 가라앉습니다. 찬 찜질이 도움이 되고, 다음 주사는 반대쪽 배에 번갈아 맞으면 한쪽에만 자극이 쌓이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사 부위가 심하게 붓거나 열감이 있으면서 커지면 감염 가능성도 있으니 병원에 알려 주세요. 안면홍조처럼 일시적인 폐경 유사 증상은 Q1에서 다룬 방법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주사 후 심한 복통이나 복부 팽창, 빠르게 커지는 멍·부종, 어지럼이나 실신이 생기면 출혈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으세요.
기억해 둘 것
- 안면홍조는 타목시펜·아로마타제 억제제 모두에서 흔함, 호르몬이 아닌 치료 선택지가 있음
- 파록세틴·플루옥세틴은 타목시펜과 함께 쓰지 않도록 권고됨(아로마타제 억제제는 해당 없음)
-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관절통은 운동이 가장 근거 있는 대처법, 심하면 약 변경도 가능
- 생리가 나와도 정상(타목시펜), 졸라덱스 중 생리 멈춤도 정상 — 피임은 호르몬 없는 방법으로
- 질 건조는 보습제부터, 질정 호르몬은 의료진과 상의 후 사용 가능
- 2주 이상 이어지는 우울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
- 체중 증가는 약 하나보다 생활 변화가 겹친 결과인 경우가 많음
- 졸라덱스 주사 부위 통증·멍은 흔한 반응, 심하게 붓고 열감이 있으면 알릴 것
- 졸라덱스 주사 후 심한 복통·복부 팽창, 빠르게 커지는 멍·부종, 어지럼·실신은 출혈 신호 — 즉시 진료
몸의 변화를 적어 두세요
부작용은 진료실에서 말로 설명하기가 의외로 어렵습니다. 언제 어떤 증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휴대폰 메모에 짧게 적어 두세요. 약을 바꿀지, 어떤 치료를 더할지 정할 때 그 메모가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항호르몬제를 먹거나 맞는 동안 꼭 챙겨야 할 안전신호를 다룹니다. 타목시펜을 드시는 분은 왜 자궁내막을 신경 써야 하는지, 아로마타제 억제제나 졸라덱스를 쓰시는 분은 왜 골밀도를 신경 써야 하는지, 각각 어떤 검진을 받고 어떤 신호를 바로 알려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The 2023 nonhormone therapy position statement of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Menopause. 2023;30(6):573-590.
- Kelly CM, Juurlink DN, Gomes T, et al.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and breast cancer mortality in women receiving tamoxifen: a population based cohort study. BMJ. 2010;340:c693.
- Niravath P. Aromatase inhibitor-induced arthralgia: a review. Ann Oncol. 2013;24(6):1443-1449.
-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Treatment of urogenital symptoms in individuals with a history of estrogen-dependent breast cancer: Clinical Consensus No. 2. Obstet Gynecol. 2021;138(6):950-960.
- Day R, Ganz PA, Costantino JP, et al.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and tamoxifen in breast cancer prevention: a report from the NSABP P-1 study. J Clin Oncol. 1999;17(9):2659-2669.
- Bruno S, Maisonneuve P, Castellana P, et al. Incidence and risk factors for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prospective study of 5408 women enrolled in Italian tamoxifen chemoprevention trial. BMJ. 2005;330(7497):932.
- Goetz MP, Sangkuhl K, Guchelaar HJ, et al. Clinical Pharmacogenetics Implementation Consortium (CPIC) Guideline for CYP2D6 and Tamoxifen Therapy. Clin Pharmacol Ther. 2018;103(5):770-777.





